
요리를 꾸준히 하지 않는 사람도,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다. 바로 “해냈다”라는 아주 작고 사소한 성취감이다. 이 글은 요리를 잘하는 법이나 맛있는 레시피를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대신 요리를 통해 생기는 작은 성취감이 어떻게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를 조금씩 바꿔나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완벽한 요리도, 멋진 플레이팅도 필요 없다. 불을 켜고, 재료를 손질하고, 한 끼를 완성하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의 변화가 핵심이다. 요리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 작은 성취감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천천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요리를 통해 느끼는 성취감의 정체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의 성취감이나, 큰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의 성취감과는 다르다. 훨씬 작고, 조용하며,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는 성취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해 먹었다는 사실, 귀찮음을 이기고 불 앞에 섰다는 사실, 냉장고 속 재료를 꺼내 한 접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오늘 하루를 스스로 돌봤다’는 신호를 자기 자신에게 보낸다. 그 신호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한 것 같던 날에도, 요리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 성취감이 특별한 이유는 비교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요리는 경쟁이 아니다. 남보다 더 잘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기준을 충족시킬 필요도 없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덜 귀찮았고, 조금 더 움직였다는 사실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요리에서 오는 성취감은 실패의 위험이 낮다. 간이 조금 짜도,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결국 한 끼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게 된다. ‘나는 못한다’가 아니라 ‘나는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이 아주 작게나마 쌓이기 시작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요리의 성취감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칼질이 조금 늘었다는 느낌, 불 조절이 전보다 수월해졌다는 감각, 이전보다 덜 긴장하고 요리를 하고 있다는 자각 같은 것들이 모두 성취감의 재료가 된다. 이 과정은 기록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몸과 감정에는 분명히 남는다. 그래서 요리는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성취 훈련’이 된다.
작은 성취감이 일상을 바꾸는 방식
요리에서 생긴 작은 성취감은 주방을 벗어나 일상 전체로 번져 나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밥을 해 먹었다’는 만족감이지만, 그 감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른 영역으로 연결된다. 오늘은 밥도 해 먹었으니 설거지도 해볼까, 어제보다 나아졌으니 오늘도 조금은 움직여볼까 하는 식이다. 이렇게 요리는 하루의 첫 단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루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는 것과, 작은 성취 하나를 안고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특히 요리를 부담으로 느껴왔던 사람일수록 이 변화는 더 분명하다. 요리는 늘 귀찮고, 어렵고, 실패할 것 같은 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별 기대 없이 간단한 요리를 해내고 나면 마음속에서 조용한 변화가 일어난다. ‘생각보다 괜찮았네’라는 감정이다. 이 감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를 조금 완화시킨다. 늘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사람일수록, 이 작은 성공 경험이 큰 의미를 가진다.
또한 요리에서 오는 성취감은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한 재능이나 환경이 필요하지 않고, 매일 반복할 수 있으며, 실패해도 큰 손실이 없다. 그래서 요리는 성취감을 연습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도구다. 헬스장에 가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일은 부담이 되지만,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은 이미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일상 속 행동을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해냈다는 경험’으로 인식하는 순간,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조금씩 달라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요리를 통해 쌓인 작은 성취감은 “나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그래도 나는 매일 무언가는 해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바꾼다. 이 차이는 크다. 후자의 관점은 실패를 덜 두려워하게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요리가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요리를 통해 얻은 이 감각은 다른 선택의 순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요리 성취감을 오래 유지하는 현실적인 태도
요리를 하면서 생기는 성취감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대치를 낮추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요리를 시작하면서 ‘잘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 전제는 성취감을 갉아먹는다. 오늘의 목표는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불을 켰다’는 사실이면 충분하다. 재료를 씻고, 썰고, 팬에 올렸다는 그 과정 자체를 성취로 인정해야 한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을수록 성취감은 더 자주, 더 안정적으로 찾아온다.
또 하나 중요한 태도는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SNS에 올라오는 완성도 높은 요리 사진이나, 유튜브 속 능숙한 손놀림은 참고 자료일 뿐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리에서의 성취감은 오직 나 자신의 이전 상태와 비교할 때만 의미가 있다. 어제보다 덜 귀찮았는지, 전보다 조금 더 편안했는지, 그 기준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기준을 안쪽으로 가져오면 요리는 경쟁이 아니라 돌봄이 된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성취로 남기기 위해 굳이 기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오늘도 잘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나를 챙겼다’ 같은 짧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말들이 쌓이면 요리는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나를 지지하는 작은 증거가 된다. 그렇게 요리는 어느새 부담이 아닌,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 된다.
요리를 하면서 생기는 작은 성취감은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성취감은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는 않지만,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바로 그 점에서 요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고, 자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이라도 해냈다는 기억이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